오랜만에 소감이란 것을 써 보는 것 같다. 사랑하는 나의 키보드에 손을 올리는 순간,
마치 전쟁마당에서 은퇴한지 몇십년 되는 전사가 창고의 벽에 걸려있는 이미 녹이 슨
보검을 빼어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ㅋㅋㅋ 이런 느낌은 절대로 회사에서 근무하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는 느낌과 틀리다. 마음속의 거세찬 파도를 느끼면서, 키보드에 손을
날려 2009년도 제2기 총동문회 북경 운동회의 소감을 적어보도록 한다...
총동문회 운동회가 6월13일 북경에서 열리게 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동문들의 메신져
이름에서 안적이 있지만 그때는 회사일에 바빠 프로잭트와 매일매일 피터지는 싸움을
하다보니 북경에서 운동회가 아니라, 과기대 올림픽이 열린다고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6월에 들어서서 프로잭트를 마치고 부서가 바뀌어 갑자기 한가해지면서,
두가지 조건이 북경 총동문회 운동회에 참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는 대련 - 북경
왕복비행기값이 할인하여 950원으로 해결 할 수 있었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교수님 참가 예정
명단에서 과기대 있을 때 같은 문화홍보과에서 많은 즐거움과 가르침을 주셨던 최한수교수님
김남호 선생님의 이름을 보았다는 것 ^^ 그밖에 동문회 모임에 참가함으로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많은 선배들, 동문들, 후배들을 볼 수 있다는 것과 특히 총장님이랑 많은
교수님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아주 결정적인 포인트가 되었다. 솔직히 사람 만난다는데
흥분하다보니 운동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북경 이동전까지도 한가지 의문이 있었다. 한창 H1A1때문에 온 세상에 들썩하는 판에
과연 그 많은 교수님들이 북경에 방문 할 수가 있을가? 괜히 북경 갔다가 H1A1에 걸려
중앙테레비 CCTV뉴스에 나오는건 아닌지? 과기대 졸업생들이 운동회 하다 H1A1에 걸려
몽땅 격리되었습니다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아마 세계 뉴스가 될지도 모른다... H1A1때문에
드디어 과기대가 세계에서 유명한 대학이 될지도.... 만약 북경의 병세가 심하면 여행을 포기할
각오까지 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보았지만 "북경 전체가 통행금지가 되었습니다"
라는 뉴스가 없기에 다소 마음을 놓았다. 또 갓 새 부서로 이동하여 잘 적응을 못하다보니
그전날에 매니져로부터 "엄청 기대를 했는데 적응능력이 너무 차한게 아닌가" 라는 귀뜸을 받으면서
우울하기도 하면서, 영어공부요 업무처리요 하면서 머리속에 꽉 차 있던 것들을 잠시 한구석에
밀어놓고 공항으로 향했다.
[ 운동회 ]
운동회의 장소는 왕징에서 여행버스로 약 40분 거리가 되는 통주의 어느 밭 옆에 있었던것
같다. 듣자니 과기대 북경 동문들 중 대부분이 왕징과 통주부근에 살고 있다고 한다.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하나 잡아서 알아보았더니 그날 운동회에 참가한 동문수는 무려 200명이나
된다고 한다. 개인적인 느낌이라면 만났던 동문중에는 최근에 만났던 동문도 있었지만, 더우기는
몇년동안 만나지 못했거나 심지어 졸업후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10년이상 되는 얼굴들도 많았다. ^^
대학교 때의 철부지 후배들이 이제는 애기 아빠요 애기 엄마요 하면서 과기대 2세들을 안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감개무량했다... 어떤 선배들의 아이는 벌써 소학교를 다니고 있고, 또 둘 이상씩 둔
분들도 있고... 요놈들이 커서 활약할 때면 우리들의 시대는 이미 다 지났겠지 하는 위기감이... ㅋㅋㅋ
그날 실내여서인지 아니면 마이크 문제인지 음향시설이 좋지 못하다보니 말소리도 잘 듣기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다 즐기고 있었던것 같았다. 오랜만에 교수님과 만나 그동안의 그리움을 나누는
동문도 있었고, 졸업후 첨 만났는지 퐁퐁 뛰는 동문들도 있었고, 애기들끼리 서로 인사시키는
동문들도 있고, 더우기 졸업한지 얼마 안되어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파릇파릇한 후배들도 있었고...
목청이 굵다보니 나는 예정없이 게임 사회자로 임명받아 사회를 맡기도 했다. 도중도중에
음향시설 문제로 말이 하나도 안듣긴다는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모두들 열심히 참여하여
재미있게 순서순서가 진행되었다. ^^
사회자로 되다보니 게임에 참가못해 아쉬웠지만 ㅠㅠ, 특히 남자가 달려가 장미꽃을 여자에게
넘기고, 여자를 업고 종점으로 달리는 게임 ... ㅎㅎㅎ. 나름대로 그날 운동회에 대해 개인적인
시각으로 보고 느낀것들을 두서없이 메모해보면:
. 몽땅 오락성 게임들이어서 누구나가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
. 게임내용이 남,녀, 커플, 가족, 심지어 과기대 2세까지 골고루 고려해서 짜 놓아서 좋았다.
. 음향시설이 좋지 않은게 상당히 아쉬웠다.
. 각 학과별로 교수님들이 참여하여 주셔서 분위기가 넘 좋았다.
. 바줄당기기는 상당히 위험한 게임이어서 특히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 그날 활동의 조직자, 도우미들이 소리없이 참으로 많은 수고를 했다.
. 오랜만에 사물놀이를 보고 과기대라는 소속감이 확 솟아났다.
. 오후 3시까지 시간은 짧았지만, 오히려 너무 피곤해지기 전에 끝나고 작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 마지막에 손에 손 잡고 둥그랗게 서서 함께 "사랑으로"를 부른것이 인상적이었다.
. 등등...
[ 몇가지 소감 ]
한차례의 활동은 하나의 계기에 불과하다. 모임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모임을 통하여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정과 정이 오고가고, 즐거움과 기쁨과 생명의 환희를 나누는게 중요한 것이다.
만약 동문회 모임에 참여해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분이 있다면 우선은 자신을 돌아보는게 좋은것 같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일에 기쁨을 느끼며, 무엇이 나의 영혼을 기쁘게 하는지를... 만약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나를 흥분하게 하지 못한다면 과연 무엇이 나를 흥분하게 할 수 있는걸가?
동문회 모임은 한차례 기회일 뿐이고, 그 속에서 어떤 즐거움을 찾던, 어떤 의미를 부여하던, 어떠한
자세와 역할로 동참하던, 그리고 어떤 느낌을 가지던 모든것은 참여자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본다.
모임에 적지않은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는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각자의 일터에서 바삐 보내면서 이런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해야하지 않을가 싶다. "제일 좋은 것" 보다는
"가장 적절한 것" 즉 제한되어 있는 물질적 시간적 자원속에서 어떻게 핵심적인 가치를 실현하는가 라는
것은 우리가 항상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도 생각한다.
한차례의 활동이 남기는 것은 많다. 각 참여자의 신분과, 배경과, 생각과, 목표에 따라 모두 나름대로의
느낌과 소감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하나하나의 마음들이 부딛쳐 불꽃을 튕기고 새로운 가능성을
싹틔우는 모습을 보았다. 교수님들과 졸업생들이 단순히 선생과 학생이 아니라 이제는 같이 일하는
동업자로서, 각자의 분야에서 가족을 이루고 자식을 두고 열심히 일하는 친구로서 함께 어울리는 모습도
보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93급 선배와 04급 후배들이 함께 어울려 협력하여 아름다운
팀을 이루어가는 모습도 보았다. 그동안 준비된 마음들이 모여 장래 과연 어떠한 변화들을 가져올 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 마치면서 ]
북경에서 대련까지는 상당히 먼줄 알았는데 비행기로 불과 1시간의 거리였다. 대련에 도착후 한동안
자신이 지금 대련에 있는지 의심이 갈 때가 많았다. 이틀이 지난 지금은 그게 좀 바뀌어서, 이제는 과연
내가 북경에 갔었나 하는 의심이 든다. ㅋㅋㅋ 영어공부에, 회사업무에,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하는
매일매일의 고민에 삶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