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방문 여행길 (2편) - 2007년의 마지막 날
2007년 12월 31일(화요일)
날씨: 모르겠음. (기분이 들떠있다보니 날씨에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었음 ㅋㅋㅋ)
11시50분에 연길 기차역전에 집합하여, 12시 30분 탑승통지와 함께 우리 일행은
초원에 풀어놓은 들소처럼 크고작은 짐들을 끌고 왁작왁작 떠들며 표를 검사하고
다리를 건너고 층계를 내려 계단에서도 한참 먼 쪽에 붙어있는 침대차칸쪽으로
몰려갔다. ^^
기차의 차장은 아마 우리들에게 공여표창장을 발급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거의 한개차량의 모든 중간침대와 아래침대를 샀기 때문이다.
현재 유행되는 시장점유률의 표현을 빈다면, 우리는 한개 차량의 거의 60%에
가까운 좌석을 독점한 것이다. 그래서 차안에는 온통 우리들의 팀원들이었다.
고함소리에 웃고 떠드는 소리 ... 물건들이 많다보니 짐 놓는 받침대의 부동산은
이미 순식간에 포화상태를 이루었고, 그래도 부족해서 침대밑의 부동산까지
점유했으며, 그것도 부족해서 이제는 복도의 부동산에다가도 우리의 손길을
뻗어 먹을 음식이랑 짐들을 무져놓았다. 지나가던 열차원아주머니가 보더니
울상이 되어서 말한다: "아이야, 니먼 베 바 뚱씨 팡짜이 쩌리야(물건을 여기에
놓지 마세요)". ㅋㅋ 이유인즉 복도에 짐을 놔두면 지나가는 승객들에게 방애가
된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첫날의 여행은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사람이 많다보니 첫날의 여행시간은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가져온 음식들도
다양했고, 김밥에, 떡에, 라면에, 과자에, 과일에... 심지어 어떤 팀은 고추와
오이 + 고추장을 가져와 주위의 절찬을 받았다. ㅋㅋㅋ 각자의 위치가 거의 정해지자
이제는 끼리끼리 모여서 시합들이 이루어진다. 푸커(카드)에 화토에 장기에
피터지는 대결이 있는가하면 한무리 모여서 해바라기까면서 재잘재잘 수다뜨느라
정신없는 그룹도 있었다. 조용히 엎드려 열심히 책을 읽는 학생들도 있었고, 컴퓨터
켜 놓고 음악을 듣는 학생들도 있었다. 어떤 애들은 아예 양말을 벗어버리고 여름
티셔츠바람으로(차안은 매우 더웠다) 벌렁 누워 신나는 꿈나라 여행을 떠난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박경균교수님의 부채질밑에, 팀에서 대표를 보내어 훙쓰
시합도 이루어졌다. 한쪽에는 훙쓰 한판이 끝날 때마다 환호소리와 아우성소리가
차간을 진동하고, 한쪽에는 이긴팀에게 200원을 선물한다는 훙쓰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자기네끼리 모여 재잘재잘 수다떠는 소리와 이따금씩 터지는 웃음소리...
그 사이로 왔다갔다하면서 사진을 찍느라 번쩍번쩍하는 플래쉬와 찰칵찰칵하는
샤타소리... 자유의 천국이 어디에 있느냐 물어본다면 가히 대답할 수
있으리라 -- 여행길 떠나는 갇혀진 차안에도 있다고.
그래서 기차로 떠나는 여행길은 재미있는가 부다. 할일은 없고, 시간은 많고,
그러다보니 대화의 시간이 즐거워지는 것 같다. 돌아다니며 후배들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직 얼굴이 서로 익숙하지 못하다보니 많이 서먹서먹했다.
후배들과 나누었던 이야기중 기억나는 것을 몇개 골라보도록 하겠다.
06급 코풀래기팀과 같이 이야기하다 나왔던 내용인걸로 기억되는데, 북경가서
무엇을 하고 싶냐고 하는 질문에, 국기게양식을 보고싶다고 한다. 아침 꼭두새벽에
그것도 길로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보러가냐고 했더니, 새벽에 사람들을
깨워서라도 데리고 가서 천안문광장에서 진행하는 국기게양식을 보고 싶다고 한다.
북경관광코스에서 만약 시간과 거리의 원인으로 만리장성을 못보게 된다면 의화원이라도
가 보겠냐 하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반대한다. 하늘이 무너지고 우박이 솓아지고
비가 내리고 눈이 퍼붓는 한이 있더라도 꼭 만리장성에 가보고 싶다는 것이다.
06급애들과 이야기하면서 북경 상해에 못가본 학생 손들어보세요 했더니 꽤 많이
손을 들었다. ^^
관광내용과, 북경 상해에 대한 궁금증이 심한 06급 후배들에 비해, 05급과 04급
학생들은 많이 실제적인 질문을 했던것 같다. 예하면 북경의 전산학과 선배들은 무엇을
하며 먹고 사는가? 전산과 졸업생들은 졸업해서 어떤 업종에 종사하는가(얼마나 많은
선배들이 자신의 전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는가)? 등등...
이상의 내용들은 내가 들었던 것이고, 이밖에도 아주 많은 좋은 대화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달리는 열차안에서의 한가한 시간은 한사람 한사람에게 있어서 참으로
의미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포근한 차간의 아래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흥겨운 음악을 들으면서 행복한 상상에 빠지다가,
깨어나서 화장실 갔다가, 바로 앉아서 읽던 책을 꺼내들고 공부하는 척 하다가, 배고프면
컵라면 풀어먹고, 심심하면 후배들한데 가서 끼여들어 수다떨고, 왔다갔다 하다가 훙쓰나
장기 두는것을 보면 옆에 앉아서 같이 구경도 하고... ㅋㅋㅋ
저녁노을이 서서히 창문으로 비쳐올 때, 침대에 누워서 들고갔던 "제왕의 가족교훈"이라는
책을 읽었다. 덜컹거리는 차간안에서, 자기만의 온유한 공간에 앉아, 고대 사람들이 남긴
철학을 읽으면서 감격을 금치 못한다... 그중에서 읽었던 한 대목: "사람의 본성은 선량하지
않은것이 없다. 사람의 마음도 바르지 않은 것이 없다. 단지 그 마음의 씀씀이에는 바른것과
바르지 않은것이 있으니, 그부분에 대해서는 조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 "하늘의
뜻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의리가 마음에 거하게 되고, 당연히 여러가지 유혹들이
너의 마음을 동요시키지 못할것이다. 우선은 하늘의 길을 알고, 인품(덕)으로 닦고,
인애(사랑)으로 행하며, 그 기초우에 자신이 종사하는 사업에 몰두하면 모든것들이
질서가 잡히고 흩어지지 않게 된다. " (나름대로 열심히 번역했는데 맞는지 모르겠다...ㅋㅋㅋ)
감개무량한 나머지 책을 덮고 한잠 푹 잤다... ^^ 그런데... 가만있자.. 저기 어렴풋한 가운데서
나를 향해 방글방글 웃고 있는 여자애는 누구지? 흠... 아... 그렇지... 아까 차간을 돌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았던 여자후배가 아닌가? 아.. 얼마나 아름다운 미소인가... 그런데 왜 그
많은 후배들중에서도 걔의 모습만 요렇게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지? 혹시... 혹시...
침대에 누워 덜컹거리는 차량의 소리를 듣노라니 맥주생각이 막 났다. 야.. 요럴 때 맥주 한잔
마시고 알딸딸 한 기분에 누웠으면 기차소리도 못들은척하고 푹 깊은 잠을 잘 수 있으련만...
아래침대라서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또 기차바퀴와 거리가 가깝다보니 덜컹거리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조금 누워있으면 잠이 올가 했더니 오히려 점점 정신이 말똥해진다...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잠이 오지 않을바에야 차라리 나가서 이야기나 하자.
이렇게 얼렁뚱땅해서 일어나 04급이 있는 쪽으로 향했는데, 그기에서 내 인생의 아주 중요한
수업을 듣게 될줄은 나도 몰랐다. 좋은 강의는 꼭 화려한 강당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달리는 렬차안에서, 덜컹거리는 차바구니소리속에서도 우연한 대화는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두리번두리번하다가 04급팀이 있는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고홍희교수님이 한창 뭔가를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냥 주제넘게 참여했는데, 곧바로 화제는 남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가 되었던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이냐, 남녀간의 차이는 무엇이냐, 좋은 여자 /
좋은 남자를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등... 귀가 솔깃해지고 잠이 다 사라졌다. ㅋㅋㅋ
남자는 몇 번 거절 당하면서 프로포즈를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나는 2번이라 했고, 한 후배는 3번, 다른 후배는 5번이라고 했다. 5번이라고 대답했던
후배는 현재 여자친구가 있고 아주 잘 사귀고 있는중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여학생에게 다른 각도로 질문이 나왔다. 한 남자의 프로포즈를 몇 번 거절할 수
있는가? 한 여자후배는 3번까지 거절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한마디 아주 중요한
보충을 한다. 여자가 남자의 프로포즈를 거절하는 이유는 그 남자가 진심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라고 한다. 만약 두번 거절해서 남자가 포기하게 된다면, 아... 저 남자는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여자 역시 그 남자를 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흠...
나에게는 참으로 충격적이고, 깊이 반성을 해보아야 할 문제인것 같다. ㅋㅋㅋ
어떤 남자가 매력적이냐 하는 질문에, 남자후배 여자후배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열심히 자신이 맡은 바 일에 충성을 하며 최선을 다하는 남자가 매력적이라는
답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그리고 고교수님이 한마디 보충한다. 여자들 사이에는
비밀이 없다고, 정보가 서로 공유되어 있어, 남자가 동시에 두 여자에게 대쉬를
하면 여자애들은 곧바로 그것을 알고 동시에 그 남자를 멀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남자는 더이상 여자애들에게서 인기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남자들과
사뭇 다른 점인것 같다. 남자들은 보통 감정에 대해서는 서로 비밀이지만, 여자애들은
그런것 같지 못하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화제로 넘어가자
고홍희교수가 불을 붙인다. 대담하게 좋아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그리고 옆에
있던 후배도 부채질을 한다. "선배, 열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어요" 라고...
ㅠㅠ.. 하지만 그 후배는 알고 있을가? 만약 선배가 몰래몰래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자기였음을 눈치챘더라면 저렇게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어요"같은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을가? ㅋㅋㅋㅋ
과기대의 교수님들은 참으로 싱겁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데 괜히
학생들이 서로 사귀고 연애한다면 자기가 연애하는 것 처럼 좋아서 난리다. ㅎㅎㅎㅎ
그것뿐만이 아니고 학생들만 보면 일전한푼 받지 않고 사랑에 대한 이론을 가득 늘여놓고는
서로 사랑하고 연애를 하라고 독촉한다. ㅋㅋㅋ 그날도 고교수님은 한쌍의 학생을 앉혀놓고
2007년 마지막날 뜻깊은 날에 프로포즈를 하고, 2008년 아침에 비까번쩍한 새로운 커플로
이 세상에 데뷰를 하라고 열심히 설교를 하셨다. ㅋㅋㅋ
원래는 후배들한데 뭔가 배워주려고 이야기 시작한건데, 결국은 내가 가장 많이 배웠던
것 같다. 귀여운 후배가 말한다. "선배, 이론을 배웠으면 행동으로 옮겨야죠!" ㅠㅠ
오늘 저녁의 소중한 이론은 이미 소스로서 나의 머리속에 저장이 되었다. 남은것은 이제 이
소스들을 잘 코딩해서 컴파일 하는 것 뿐이다. 컴파일이 끝나면 이제 곧 나의 삶속에서 실행이
될 것이다. ^^
밤이 깊고 9시가 넘어 침대칸의 불이 꺼졌다. 우리가 하도 웃고 떠들며 고함지르고 하니깐
지나가던 열차원아저씨가 지나가다가 버럭 화를 낸다: 이 차간은 당신만 쓰는 차간이냐구,
다른 사람들 잠자는데 다 깨우고 싶냐구? 열차원아저씨는 모르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잠자는 권리를 보호해준 동시에, 다른 사람이 잠자는척 하면서 아주 귀한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빼앗았다는 사실을... ㅋㅋㅋㅋ
밤은 점점 깊어지고 차안은 점차 고요함을 회복했다. 위 침대에서 두 여자의 도란도란
비밀이야기를 속삭이는 말소리를 자장가로 삼아, 덜컹거리는 기차바퀴소리에 박자를
맞추어 잠이 들었다... 아... 이제 한잠 자고 깨어나면 바로 새 해 2008년의 아침이다...
래일은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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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기업방문 여행길 (2편) - 2007년의 마지막 날
// 작성일: 2007년 12월 31일(월) (정리: 2008/1/8)
// 작성자: 배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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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장은 loveyust.net와 교내BBS에 동시에 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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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방문 및 연수 일정
// 12/31연길출발 - 1/1,2,3북경 - 1/4,5상해 - 1/6북경 - 1/7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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