烟台행 (중) - 후배들과의 만남

이번 목적지를 연태로 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중 하나는 바로 연태에 있는 후배들이었다.

00급 김연화 후배와는 메센져로 자주 신앙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되어 알고 있었고, 04급
최성후배는 과기대에 있을 때 컴퓨터 관련 프로잭트를 계획하면서 알게 되었다.

인생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하면서 어딘가 가까운 곳에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여러곳을
고려하게 되었고, 우연히 후배랑 대화하다가 연태에 와서 후배들 만나는 것도 좋지 않느냐는
제안에 그게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연태의 후배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상당히 궁금했고,
혹 이번 기회에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직장경험등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가 싶어
엄청 마음이 설레이었다.

12월4일날은 금요일 근무하는 날이었고, 후배들 회사가 모두 연태 개발구 쪽에 있었기 때문에
퇴근후 부근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기 위해 개발구쪽에 호텔을 예약하고 미리 이동하였다. 모임은
저녁 7시, 개발구의 한식요리점으로 정했으 LG후배 8명에 대우조선 후배 3명 이렇게 11명이
함께 모였다. 이름은 일일이 기억하지 못했지만 00급이 두명, 04급이 5명? 그리고 05급이 4명?
이었던가? 였다. 그중 상대출신도 있고 공대 전산과 기계과 후배도 있었으며, 한국어과 후배랑도
있었다.

모두들 배고파 말할 맥이 없을것 같아, 일단은 최성동문의 기도로 식사를 시작하고 좀 먹다가 자아소개 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했다. (최성이의 기도는 유창하지는 못했지만 목청은 참으로 우렁찼다. 기도를
할 줄조차 모르는 나보다는 엄청 낫았다.) 그날 불고기를 시켰는데 아쉽게도 맥주가 없었다.
연화후배의 말로는 술없는 회식이라고 한다. 회식하면 당연히 술이 있어야 하는걸로 알고 있는
나에게는 그말을 듣는 순간 상당히 놀라웠었다.

밥 몇술 먹고, 한바퀴 돌아가며 자아소개를 마치고, 서로 조금씩 익숙해지자 여러가지 화제들이
오고갔다. 같은 도시에 있지만 04, 05 선후배사이에 잘 익숙하지 않는 동문들이 있는것 같았다.
하긴 우리 95급이 학교 다닐때만해도 전교에 고작 300명정도라 1학년부터 4학년 모든학과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싶이 했는데, 지금은 학생들이 엄청 많아져서 같은 학년끼리도 잘 모르는
사이가 많다고 들었다.

그날 오고갔던 화제들을 약간 정리해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LG 생산과에서 근무하는 졸업한지 3개월지난 후배가 지금 하는 일이 엄청 재미있고 상사나
동료들이 엄청 친절해서 좋다고 이야기를 하자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지 1년이 넘는 선배로부터
금시 태클이 나왔다. 그건 금방 들어와서 아직 회사의 인맥관계 업무관계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ㅋㅋ
나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금방 들어올 때는 모든게 좋아보이지만 1년 2년 근무해보면
수면밑의 보이지 않던 문제점이나 이익관계 충돌들이 서서히 보이기 때문에 3개월 경험으로
아직 부서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일찍하다고. ^^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주 재미있는 화제가 되었다.
상사의 성격마다 틀려서 뭔가 그룹장의 설득이 필요할 때는 혈액형에 따라서 방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A형일 경우는 꼼꼼하고 트집잡기 좋아하기 때문에, A형 상사한데는
철저하게 준비해서 다가가는게 중요하고, B형상사는 자기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설득해서
납득하여 자기가 그것을 실시하게끔 하는게 중요하고, O형상사일 경우는 금시 잊어버리거나
대충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꼭 실행 해야만 하는 이유를 내고 강하게 들이미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참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경험을 공유하러 갔지만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운 기분이었다.

또 좋은 상사 좋지 않은 상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모두 부서가 틀리다보니 좋은 상사
만나서 일하는게 신나다는 후배들이 있는 반면, 뜻이 맞지 않은 상사를 만나 힘겨워 하는
기색을 보이며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후배들의 모습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보니깐 좋은
상사에 대한 의견은 보통 자신의 부하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여주고, 욕할 땐 하더라도
진심으로 발전과 성장을 도와주려고 하는 상사라는 의견이 많았던것 같았다. 요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한마디 보탰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우리는 피면할 수 없이 여러가지 종류의 상사를
만나게 된다. 좋은 상사를 만났을 때는 열심히 성장을 하고, 잘 맞지 않는 상사를 만났을 때는
어려움속에서 인내심을 키우는 기회로 생각면서, 여러가지 같지 않는 스타일의 상사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탄력있는 일처리 방식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러다가 능력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한마디 더 보태게 되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자신의 힘이나
상사 및 동료의 힘으로 함께 일을 하지만, 더우기는 하늘의 힘도 우리 편으로 만들어 일을 성사
시켜야 한다고. 한가지 프로잭트나 제안을 할 때, 단순히 사람의 힘으로 하려 하지 말고, 과연 그
속에 개인 욕심이 들어있지 않나 돌아볼 필요가 있고, 만약 이것이 참으로 하늘의 뜻에 맞는
일이라면, 계획하지도 않은 우연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길이 생기고 그 일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여기에 증명이라도 하듯이 최성후배가 자신이 최근에 어려운 프로잭트에 들어갔는데
생각밖으로 잘 되어 그게 바로 그분의 손길이 있었음을 자신은 확신한다며 이야기를 했다.

... ...

문장이 길어질것 같아 일부 내용을 생략하고, 그날 식사를 마치고 후배들끼리 2차는 카라오케이
가서 놀아라 하고 나는 빠졌다. 같은 나이끼리의 친구들이 같이 노는데 나이 많은 사람이 끼어
들어와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경험을 과거에 겪었으니깐.. ㅋㅋ 그래서 절대로 신나게 노는 후배들
분위기를 깨는 선배가 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연화후배가 카라오케이 가지 말고 커피점
가서 이야기 하자는 제안도 만류하고 너희들 지역동문들끼리 어쩌다 모였으니 즐거운 시간 가져라
하면서 기어코 먼저 떠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후회되기도 했다. 어찌보면
후배들은 직장생활에 관해 뭔가 상담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함께 나누고자 하였을 지도 모른데,
그걸 인식하지 못한 내 자신이 참 책망스럽다.

한편 그날 모임속에서 내 마음중에 말 못할 아픔이 하나 더 있었다. 연태 가기전까지만 해도 나는
자신을 후배들에게 직장경험을 나누어 줄 수 잇는 선배로 착각했으며, 앞으로는 기회가 되는데로
다른 지역 후배들에게도 찾아가서 함께 직장경험을 나누는 자로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데 실감을 했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진정으로 갈급하게 갈등을 느끼고 있고 힘들어
하고 있는 직장인 크리스쳔의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날 연태 모임에는 대부분이 교회를 다니는 후배들이었고, 그들은 많게 적게 모두
신앙인으로서 직장동료와의 가치관의 차이점, 커뮤니케이션은 차이점에서 고민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성경을 읽기조차 싫어하는 내가, 믿음의 기초마저 닦지 못한 내가 어찌 그냥 직장생활을
많이 했다는 점으로 그들에게 인도하는 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선배로서 자신의 이런 미숙한
점을 승인하는 것이 아프긴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날 2차에 가지 않기로 했던
이유중에는 자신의 미숙한 신앙이 후배들에게 알려져 내 자신의 형상이 무너지고, 후배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선배라고 증명이 되는것이 두려웠던 부분도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날 식사교제를 마치고 호텔로 오는데 최성후배가 쫓아와 선배 식사때
말투(왜냐하면 "그분"이나 "하나님"이란 단어 대신 "하늘"이란것을 사용했으니깐) 이상하다면서
무슨 일이 있는거냐고 캐묻는다. 더 감출수 없어 나는 솔직히 말했다. 난 요즘 교회를 계속
나갈 것인가 그만둘것인가로 고민하고 있다고, 나는 예수님이 유일한 구원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불교나 기독교나 다른 종교나 모두가 진리의 한가지 측면만 설명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나의 고민을 듣고 최성후배가 끈질기게 나를 붙잡고 설득을 했다. 선배 꼭 성경만을
믿어야 해요, 나 선배랑 천당에서 만나고 싶어요, 그러면서 가방속에서 알락달락 하게 줄을
긋은 성경책을 꺼내 보이면서, 자기는 최근에 성경이 엄청 재미있어 출근하는 날에도 이렇게
넣고 다닌다면서, 선배도 꼭 교회에 나가기를 견지하면서 성경을 체계적으로 배우라고 신신당부
한다. 내가 혹시나 잘못된 길을 갈가봐 근심하면서 열심히 설득하는 후배의 그 성의와 진심에
정말 감동이었지만, 나도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 나에게 시간을 달라. 이제 래일 나는 이 문제를
생각할 것이다. 만약 그 결과 교회를 나갈 필요가 없다면 나는 교회 나가기를 그만 둘 것이고,
만약 교회를 나가야 하는것이 내 마음이 선택한거라면 나갈 수도 있을거라고... 최성의 끈질긴
설득은 나의 생각을 흔들어놓았다. 나의 마음은 흥컬어진 실 같았고, 나는 실마리를 잡기 힘들었다.
과연 어느것이 진실이고, 왜 내가 진리라고 믿는 것에 동감하는 사람은 없는걸가? 깊은 혼란에
빠져버린채, 이젠 정말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생각을 해야겠다는 갈급함에, 호텔까지 따라와서
설득하는 최성후배를 쫓아 보냈다. 뒷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허그푼 웃음이 나왔다. 나는
나의 이상한 이론이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가봐 근심했지만, 이제는 그 근심이 필요가
없었다. 후배들은 열심히 그들의 신앙을 지키고 있었고, 오히려 방황하고 고민하면서 뿌리 없이
떠 다니고 있는 사람, 구원이 필요한 사람은 후배들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으니깐....

숙소에 들어와 후배들과 더 깊은 대화를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덮고자 연화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번엔 또 두번째 차례의 설덕이 될 줄이야. 어느새 최성후배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근심하던 연화후배가 첨에는 나랑 직장생활에서 크리스쳔으로서 주위와 어울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를 나누더니, 드디어 화제가 성경의 말씀으로 이어지면서, 나에게 성경을
읽어야 하는 중요성과 하나님 말씀에 의존해야 하는 것에 대해 재차 강조를 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마음이 너무너무 아팠다. 원래는 후배들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후배들을 만났지만, 사실 결국은
후배들에게 근심만 가득 주고, 이렇게 뿌리 없이 흔들리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아무런 본보기도 되지 못하는 자신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터지는 듯 아파났다....

전화를 마치고, 조용한 호텔방에 멍하니 앉아, 속으로 왜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하늘이여... 답을 주시옵소서..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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